[정민아의 요즘회사이야기 5T] 창업자의 열정과 역할의 경계선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내려진 설연휴에는 눈이 제일 바빴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여러 편 봤는데, 그중 영화 ‘인턴’을 보면서 몇 년 전에 봤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처음 영화가 나왔을 때는 시니어 인턴이라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생각해 창업자와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인턴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영화를 봤다. 이번에 다시 봤을 때는 처음에는 그냥 지나친 장면들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의 열정과 함께 한계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멀티태스킹은 위험해!


이 영화를 보면서 결심한 것은 ‘절대 멀티 태스킹을 하지 말아야지’였다.


워킹맘이고 창업자이자 대표라는 공통점이 있어 영화 속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힘들고 바쁜 것도 사실이지만… 발생하는 문제의 상당 부분이 본인의 멀티 태스킹 때문이었다. 패턴이 동일하다. 섣불리 판단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후회하고, 수습하는 사이클을 계속 반복한다.


CEO 일 만으로도 바쁜데 스스로 더 바쁠 일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전에 봤을 때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부분이었다.



창업자의 대답만 기다리는 것도 위험해!


스타트업에서 CEO의 멀티태스킹은 당연시될 때가 많다.


스타트업의 마케팅 컨설팅을 하다 보면, 너무 많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창업자와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모르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개발자 출신이자 현재도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창업자가 엔지니어 관점에서 모든 것을 최종 확인하려다 보니 마케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마케팅과 엔지니어의 역할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회사에서도 마케팅쪽의 생각이 엔지니어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과장된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고, 엔지니어의 고견이 마케팅 입장에서는 검열처럼 느껴져 서로 갈등할 때가 많다.


하지만 창업자 겸 개발자와 마케터가 마케팅 계획을 논의하는 일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명확한 R&R을 기반으로 서로가 자신의 위치에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창업자의 멀티태스킹은 위험하다. 경계를 넘나드는 과도한 멀티태스킹은 뛰어난 일부 개인에게 의존하는 조직을 만들 위험이 있다.


기업이 개인기를 넘어 조직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창업자의 멀티태스킹은 위험할 수 있다. 영화 에서는 열정이자 헌신이라고 시니어 인턴이 굉장히 칭찬하지만, 조직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이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니다.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맞는 조직적 마케팅 역량 확립해야!


최근 마케팅도 디지털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채널과 콘텐츠 제작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 방식의 마케팅 관점과 활동으로는 새로운 의사결정권자로 떠오른 밀레니얼에게 접근할 수 없다. 밀레니얼들이 반응하는 마케팅 활동은 기존과 다르다. 가장선호하는 방식이 무료 트라이얼 버전을 사용해 보거나 실제 사용자의 심층 리뷰를 확인하는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마케팅 활동을 조직에 정착시키고, 사람에 의존하는 마케팅 활동이 아닌 조직으로서의 마케팅이 지속돼 기업의 매출과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창업자로부터 마케팅의 독립이 꼭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기술에 기반한 기업들이고, 창업자들이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문 영역으로서의 마케팅의 독립이 더욱 더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의 멈출 줄 모르는 혁신의 원동력을 파헤친 책 [Always Day One]에서는 엔지니어 출신의 CEO들이 기존의 비전 제시형 CEO와 달리 직원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질문하고, 경청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한다.


급변하는 오늘날에는 이런 CEO가 더 적합하다고 하니,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모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데 창업자의 열정이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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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정민아 님은?

기업들의 PR 및 마케팅 대행을 20년 이상 하고 있다. 기술과 혁신에 관심이 높아 2018년에는 [하룻밤에 읽는 블록체인]이라는 책을 출간해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설명했다. 지금은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앨리슨+파트너스(Allison+Partners)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PR기업협회(KPRCA) 회장직을 2019년과 2020년 2년간 수행했다. 전문가를 넘어 기업가로 성장하려고 노력 중이며, 마케팅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알아 두면 유용한 요즘 회사 이야기를 트렌드(Trend), 기술(Tech.), 협업(Teaming), 타이밍(Timing), 변화(Transformation)라는 5T로 이야기할 예정이다.